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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프란츠카프카 '변신'
23-12-11 11:25 185회 0건

【프란츠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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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내 친구야 잘 지내고 있니

지난 여름 우리에게 야속할 만큼의 더위를 안겨줘서 우리를 혼돈 속에 빠뜨리더니

어느새 겨울 문턱을 밟게 하니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를 주는구나

세월아 세상에 처음 발 디딜 때 너로 인해 발걸음을 뗐고

너로 인해 인생이 무엇인지를 배우며 성장해 왔구나

때로는 좋아서 기뻐서 너를 반겼으며 때로는 슬프고 애달파서 너를 원망도 많이 했었다

청춘이라고 뻐겨보기도 하고 장년이라고 노련함을 과시하기도 했었지

이제 내가 노년의 테두리에 깊숙이 발을 들이고 보니 세월 네 생각이 많이 나서

네게 편지를 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네가 나에게 행복을 주었을 때

네게 얼마나 고마움을 표현하며 살았는지 부끄럽구나

다 내가 잘나서 내 힘으로 이룬 줄 알고 으스대며 지내온 것 같구나

내 눈에 눈물나게 한 네가 왔을 때 그때는 정말 많이 너를 원망 했었을 것이다

사람 간사한 걸 다 알면서도 너는 묵묵히 나를 돌보아줘서 고마운 노년을 잘 지내는 중이다

세월아 어제는 프란츠카프카변신을 들었다 새벽마다 산책길에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있어 나를 즐겁게 하는구나

이것도 다 네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문명의 이기인걸! 고마워

어느날 아침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자기 몸이 털이 숭숭 난 긴벌레로 변신되어있음을 알고 놀라지부모 형제를 위해 가장 역할을 했으나 결국에는 가족에게도 버림을 받는 아주 슬픈 이야기야

세월아 변신을 듣고 나니 나는 새삼 너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 세상 사는 동안 네 맘에 안드는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마는 그래도 나를 벌레로 만들지는 않았잖아 툭하면 변심하는 인간 세상을 돌고 돌면서 변신을 촉발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겠어

그렇지만 그런 거 저런 거 다 접고 우리를 한 인간으로 살게 한 것 정말 고마워

세월아! 끝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사람들은 네가 너무 빨리 달린다고 불평을 하거든

내 생각 같아서 너는 허리가 아파본 일도 없고 무릎이 아파본 일도 없는 언제나 청춘이잖아!

네가 가져다 놓은 이 좋은 세상을 천천히 함께 누리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어?

나 정말 할 얘기가 많은데 오늘은 여기서 접을게 겨울이 더 깊어지면 그때 또 네가 보고 싶어질거야

잘 있다가 우리 또 만나자 안녕..


                                         - 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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